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수
136 '항공 마일리지'위해 카드 수천썼는데… 아낌이 2007.07.24 10:35 2033
지난 6월 직장인 김성호(33·가명)씨는 신용카드를 써서 적립한 항공 마일리지를 이용, A항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8월 초 일본 도쿄로 가는 항공편을 예약하려 했다. 하지만 앞뒤 일주일간 50여편의 항공편 중 예약 가능한 좌석은 하나도 없었다. 7월 초부터 8월 말까지를 모두 살펴봤지만 마찬가지였다.

혹시나 싶어 일반 좌석 구매로 다시 검색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빈 자리가 우수수 쏟아졌다. 그는 “지난 3년간 이 카드로 4000만원이 넘는 돈을 써서 4만 마일 이상을 적립했는데, 그 많은 자리 중 하나도 배정 받지 못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등 국내 항공사 마일리지 제휴 신용카드를 쓰는 고객들의 불만이 부글부글 끓어 오르고 있다. 마일리지를 써서 항공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도 어렵기 때문이다.





◆산더미처럼 쌓인 마일리지에 좌석 배정은 쥐꼬리=항공사가 적립해 주는 마일리지는 두 종류가 있다. 먼저 비행기를 탈 때마다 항공사가 직접 적립해 주는 ‘자체 마일리지’와, 항공사 제휴 신용카드 사용자가 카드 이용액에 비례해 1000원당 0.66~1.5마일씩 받는 ‘제휴 카드 마일리지’가 있다.

이중 제휴 카드 마일리지는 작년에만 70억 마일이 쌓인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LA 왕복 항공권 10만장에 해당하며, 항공사 전체 마일리지의 20% 수준(대한항공 기준)이다.

그러나 두 항공사가 마일리지 항공권에 배정하는 좌석, 소위 ‘X클래스(아시아나)’와 ‘U클래스(대한항공)’ 좌석의 수는 이보다 훨씬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아시아나항공은 정확한 수치 제공을 거부하면서 “비수기에는 전체 이코노미 좌석의 10% 내외, 성수기(7~8월과 12~2월)에는 5% 내외를 마일리지 좌석으로 제공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좌석이 성수기엔 절반으로 줄어드는 셈. 이 때문에 5~6개월 전에 좌석을 예약하려고 해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다.

‘그림의 떡’이니 고객 이용도 저조할 수밖에 없다. 항공사들은 회원들이 마일리지를 사용할 것에 대비해 미리 일정한 돈(마일리지 충당금)을 적립해 놓고 있는데, 그 규모가 3년 전에 비해 각각 2배와 3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그만큼 소비자들이 적립만 해놓고 쓰지 못하는 마일리지가 많다는 얘기다. B카드사 관계자는 “항공사 제휴 마일리지 카드의 마일리지 사용률은 30%도 안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항공사의 ‘마일리지 장사’=문제는 항공사 제휴 카드를 통해 쌓이는 마일리지가 ‘무료’가 아니라는 데 있다. 카드사가 항공사에 돈을 내고 사온 뒤 카드 고객에게 다시 제공하기 때문이다.

C카드사의 전직 임원은 “카드사마다 다소 다르지만, 대한항공 마일리지는 1마일당 15~18원, 아시아나는 7~10원 정도에 구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이 지난 1년간(작년 7월~올 6월) 항공사 마일리지 구매에 사용한 비용이 약 1500억원에 육박한다.

그런데도 항공사가 마일리지 좌석 배정에 인색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시아나항공 조용무 차장은 “마일리지 항공권의 가격을 따지면 일반 항공권의 2분의 1~10분의 1 수준”이라며 “항공사도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에 마일리지 좌석의 수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마일리지 항공권은 비정상적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니, 제때 쓰지 못하는 불편은 감수하라’는 얘기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이런 설명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대한항공 마일리지 적립 카드를 사용하는 이모(44)씨는 “할인 가격에 파는 물건이라도 엄연히 똑같은 물건인데 품질이나 기능을 깎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그는 “항공사가 제대로 쓰지도 못할 마일리지를 판매하는 것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짓”이라며 “그럴 바엔 쌓여 있는 마일리지를 모두 돈으로 돌려 달라”고 주장했다.

해외 항공사들의 경우, 마일리지 좌석을 얻지 못한 제휴 신용카드 소비자들이 마일리지를 이용해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거나, 호텔 숙박권을 살 수 있도록 해 마일리지 사용률을 90%대로 끌어올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국내 항공 카드 마일리지는 항공권으로 바꾸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대한항공이 일부 호텔 숙박권으로 교환해주고 있으나, 이용 가능한 호텔이 적어 이용률이 극히 저조한 실정이다.

◆현행법상 위법 소지 있어=항공사들은 이러한 비판에 대해 “약관에 이미 ‘마일리지 사용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는 문구를 넣어 소비자에게 알리고 있으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법무법인 서린의 장진영 변호사는 “단 한 줄의 문구로 마일리지 사용에 대한 다양한 제약 내용을 제대로 알렸다고 볼 수가 없어 현행법(약관 규제법) 상 위법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항공사들이 법적 책임을 면하려면 성수기 마일리지 좌석 배정률을 높여서 고객 불만을 잠재우든가, 아니면 기간별, 노선별로 마일리지 좌석을 몇 %나 제공하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카드 포인트, 제대로 아는 게 '포인트'



[정철환 기자 plomat@chosun.com]
[☞ 모바일 조선일보 바로가기] [☞ 조선일보 구독하기]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개
이 름  비밀번호

전남 무안군 삼향읍 남악리 2540-1번지 남악캠퍼스 6층 [Tel]061-284-5064 [Fax]061-284-8339

회비 납부 : 국민은행 | 568301-04-026077 | 목포대학교총동문회

Copyright 2008 © Mokpo National University Alumni Association